밸류업 찬물에 식어버린 은행株…진짜 ‘한 방’은 따로 있다는데

코리아 밸류업 최대 기대주 중 하나였던 은행주가 지수 편입에 대거 탈락하며 그간 고조됐던 관련 투심이 돌아서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오히려 은행 관련주에 대한 중장기 비중 확대를 적극 제시하고 나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4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종목에서 주요 은행 중 이름을 올린 곳은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지주 두 곳 뿐이다.

지수 발표 다음날 하나금융지주, KB금융, 기업은행은 각각 3.18%, 4.75%, 1.97%씩 하락했다. 편입에 성공한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5.14%, 1.33%씩 약세를 보였다.

편입되지 않은 종목은 밸류업 기대에 못 미친 실망감에, 편입된 종목들은 지수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에 차익실현이 유입되며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수 발표 후 약 열흘이 지난 현재까지 이들의 주가는 미미한 등락을 반복하며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기준, 신한지주(-1.95%), 우리금융지주(-1.65%), 하나금융지주(-0.16%), KB금융(-0.12%), 기업은행(-1.83%) 등 주요 은행주 모두 지수 발표 당일보다 내림세다.

주가 흐름에 찬물이 끼얹어진 모양새지만 증권가에선 은행주에 대한 기대감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 안정적 이익체력에 기반한 점진적 주주환원율 확대가 계단식 주가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은행업 유니버스 합산 순이익은 6조원으로 컨센서스를 2%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호한 대출 성장으로 이자이익이 늘고 있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덕분에 향후 가계대출 월평균 증가율은 과열 모드였던 8월 가계대출 증가율 0.8%보다는 낮겠지만, 여전히 0.4% 내외로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발목을 잡던 부동산 PF를 비롯한 대손비용 관련 대규모 일회성 요인도 해소됐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은 은행그룹 대손율은 0.49%로 전분기대비 5bp(1bp=0.0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선도은행들의 경우 주주환원율은 2027년까지 45% 이상으로 상향될 것이며, 주주환원액은 연평균 12~14% 증가할 것”이라며 “현재 6~9%인 총 주주환원 수익률은 충분히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평했다.

이번 지수에 대한 신뢰 부재로, 이번 발표에 따른 은행 업종의 밸류업 모멘텀 훼손 가능성은 낮단 견해도 제시된다. 이번 밸류업 지수 결정의 축이 됐던 주주환원 기준이 주주환원 규모나 비율, 관련 추세가 아니라 최근 2년간의 시행 여부만 살핀 포지티브 스크리닝 방식이었고, 은행·증권·보험 등 각 금융업권별 수익성이나 밸류에이션의 차이점을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편입된 종목에 대한 잡음이 커지자 거래소는 연말께 지수 구성 종목 변경을 예고하자, 이번 지수 발표에서 탈락했던 KB와 하나금융의 추가 포함 가능성이 커지며 관련 수혜에 대한 기대도 커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