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기자 = 12일 코스피는 49.09p(1.94%) 내린 2,482.57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18.32p(2.51%) 내린 710.52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2년 만에 종가 기준 1,400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2024.11.12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국내 금융시장이 미국 대선 충격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위기를 기회로 살릴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눈앞에 닥친 환율 상승이나 주가 하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더 장기적인 시선으로 위기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할 새로운 세계 질서에 적응하고 신속하게 변화를 꾀해야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 “트럼프 관세 정책 우려에 환율↑·주가↓”
국내 금융시장이 미 대선 후 ‘트럼프 쇼크’에 빠진 것은 높은 수출 의존도와 특정 업종 편중이라는 한국 경제의 취약점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관세 정책에 따른 미국 경제 움직임에 우리나라 환율이나 증시가 많이 연동되는 취약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 자동차, 화학 등 3대 수출 품목 의존도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더구나 내수가 수출 둔화를 상쇄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고 분석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아 트럼프발 관세와 보호무역주의 등 부정적 영향에 적극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높은 대(對)중국 무역 비중은 큰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1~10월 기준 한국의 대중 무역 비중은 23.3%로, 미국과 유럽의 합계(25.3%)에 육박할 만큼 크다. 트럼프 정부가 대중 압박을 강화할 경우 그만큼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센터장은 “중국 교역 의존도가 높은 점에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는 등 장기간에 걸쳐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상가상 전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005930]의 업황 부진도 시장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의 경쟁력 훼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중국 반도체 기업의 약진으로 향후 한국 반도체 산업의 독점적 지위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도 널리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 지연 등) 삼성전자 자체 문제에 더해 삼성전자가 주력으로 하는 메모리 반도체 단가가 9월부터 하락 중”이라며 “주식시장은 반도체 영향이 절대적인데, 삼성전자 주가 하락이 전체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 “트럼프 1기 때 나쁘지 않아…득실 따져봐야”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 정책 변화로 일부 ‘반사이익’도 예상되는 만큼 트럼프 쇼크를 완충하고 이를 기회로 되살릴 전략이 필요하고 강조했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트럼프 1기 때 미국이 중국을 그 정도로 견제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나라 기업들, 제품들은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집권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오히려 우리나라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럴 때일수록 시장 참여자들은 좀 더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도 사견을 전제로 “원화 약세가 중장기적으로 국내 서비스 산업 발전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국 통화 약세는 외국인의 국내 여행 수요를 자극할 수 있고,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를 국내로 돌리면서 국내 여행과 서비스 산업 발전의 기회로도 삼을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고삐를 조이면 우리에게 많지는 않겠지만 반사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조 실장은 “트럼프 1기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결과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며 “바이든 임기 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이끈 것처럼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경험도 있다”고 강조했다.
무협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관세 조치가 우리 상품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친기업 정책이나 규제 완화 조치도 우리 기업의 부담을 일정 부분 경감시킬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관세 인상의 명암, 법인세 인하 등의 현실적인 득실을 면밀히 따져보고, 한국과 한국 기업의 전략적 가치를 설득해 실사구시적 국익 실현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송의달 서울시립대 융합전공학부 초빙교수는 “한국에 유리한 무역 환경이 다 사라지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 경제가 좋아지기는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리셋’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며 “분배보다 성장을 중시하고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을 추구함으로써 트럼프 임기 4년 내내 계속될 위기를 돌파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