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잃지 않는 자산 포트폴리오 전략은 고평가된 자산을 팔고, 저평가된 자산을 매수하는 것이다. 미국이 금리인하 기조여서 결국 채권값은 오를 것이다. 미국 대선과 전쟁 지속 등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금이나 달러 등 안전자산 비중도 늘려야 한다. 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재테크 조언’은 서울머니쇼플러스에 출사표를 던진 5대 포트폴리오 전문가들로부터 나왔다.
매일경제는 서울머니쇼 플러스(11월 , 21일~23일·양재동 aT센터) 연사로 나서는 전문가들과 사전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들은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 상무, 박성현 스플릿인베스트 대표,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 등이다. 이들은 머니쇼 강연에 앞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황금비율’ 포트폴리오 전략을 내놨다.
전문가들의 판단에는 금리와 미국 대선이 양대 변수로 작용했다. 미국이 지난 9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한꺼번에 내리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당분간 금리인하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값 상승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채권 비중을 늘리면 자연스레 주식 비중은 줄여야 하지만 미국 빅테크만은 좋을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규제 철폐를 약속하며 테슬라 등 빅테크와 관계 개선에 나섰고, 미국 빅테크 기업은 잉여현금흐름(지출하고 남는 돈)이 많아 금리 수준에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제시됐다.
삼성전자에 대해선 AI 시장에서 뒤쳐졌고, 사내 의사결정 시스템이 약해졌다는 지적과 함께 주가 자체는 저평가라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특히 대규모 장비사업 특성상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역사적 저점이어서 투자 리스크가 낮다는 것이다. 5대 전문가들은 바로 지금이 삼성전자 처럼 저평가된 자산을 늘리고, 고평가된 자산 비중을 줄이며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고령화 시대를 버텨갈 포트폴리오를 짤 적기라고 강조했다.
채권 투자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지난 9월 11일 3.6%에서 10월말 4.3%로 급상승했다.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국내 채권금리도 덩달아 상승세다. 양국의 채권에 대한 저가 매수 기회라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30일 김영익 교수는 “트럼프 후보 당선
가능성에 따라 채권 발행 증가 우려로 최근 금리가 오름세”라며 “그래도 장기적 정책 기조인 금리 인하를 돌리긴 어려워 채권값은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이번 머니쇼에서 ‘트럼프 VS 해리스, 미국 대선 이후의 확실한 성공투자법. 자산 포트폴리오의 재구성’이란 주제로 강연한다. 그는 내년부터는 안전자산 비중을 더욱 늘려 주식 리스크를 줄여야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채권 보다 국내 채권이 낫다는 전망도 있다. 홍춘욱 대표는 “국제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화돼 채권 시장엔 우호적”이라며 “재정적자 위험이 대두되고 있는 미국 국채 보다는 한국 채권이 가장 마음 편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번 머니쇼에서 ‘탄탄한 자산배분 전략’에 대해 열강을 예고한 김중원 상무는 “2025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점진적 금리 인하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채권 투자 매력은 높다”며 “전체 자산 중 채권 비중을 40%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 상무는 김영익 교수와 함께 주요 자산 중 채권 비중을 가장 높게 제시했다. 그래도 전체 수익률을 위해 미국 주식 비중은 30%로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상무는 미국 빅테크 주식들이 ‘장기구조 사이클’(Secular Cycle)에 진입했다고 본다. 이 사이클은 자산 가격이 경기와 무관하게 강세를 보이는 현상을 뜻한다. 그는 “2010년 아이폰 출시 이후 미국 ‘팡’(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주식들이 2019년까지 10년 장기 호황을 누렸듯 2022년말 시작된 챗GPT로 인해 나온 M7 주식 역시 장기간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M7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테슬라 엔비디아 메타(페이스북) 등이다.
홍춘욱 대표 역시 미국 주식이 한국 주식 보다는 장기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PER 기준으로 고점 신호를 보내는 기술(IT) 업종을 추격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봤다. ‘서학개미’ 넘버원 보유 종목 테슬라의 PER는 70배가 넘는다. 그는 “지금 빅테크 주식은 지나치게 높은 PER로 인해 분기 실적에서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주가가 폭락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달러 표시 자산 비중은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주식 보다는 달러 비중을 늘리는게 낫다”고 조언했다.
삼성전자. [매경DB]
박세익 대표는 5대 전문가 중 유일하게 국내 주식 비중을 미국 주식 보다 높게 잡았다. 특히 삼성전자는 주요 자산 중 가장 저평가됐기 때문에 저점 매수 적기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삼성전자 PBR 1.2배 이하 매수는 손해보기 어려운 구간”이라며 “과거 40년 주가의 등락폭을 고려해 6만원에 매수하면 배당까지 포함해 연22%의 수익률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원화 약세 구간에 삼성전자 실적이 자동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삼성전자를 매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 대표는 “환율이 100원 오를 때 삼성전자 이익이 대략 10조원 가까이 늘어나는 구조”라며 “반도체 수출 가격에 선행하는 글로벌 구리 가격도 최근 호조여서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했다면 굳이 매도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회야말로 중국 주식을 편입할 기회라는 ‘소수 의견’도 있다. 박 대표는 “중국이 대대적인 자본시장 부양책을 내놓은데다 기업들도 저평가된 상태여서 국내 ETF를 통해 중국 지수(항생지수)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고공행진 중인 금의 비중을 10%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홍춘욱 대표는 전체 자산 중 15%까지 높일 것을 조언했다.
홍 대표는 “미국 대선과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과거와는 다른 포트폴리오를 원하고 있다”며 “금과 달러 등 안전자산 비중은 최소 35%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머니쇼에서 ‘절대 잃지 않는 투자 원칙’을 강연하는 박성현 대표는 각국의 통화 역시 저평가 여부를 따져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이란 철학을 갖고 있다. 박 대표는 “엔화와 달러를 같은 비중으로 보유하고, 주식 폭락시 저가 매수를 위해 원화를 가장 많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실제 경험을 들어 “주식이나 주요국 통화가 갑자기 떨어질 경우 분산해서 매수했다가 오르면 분할해서 매도하는 행위를 반복할 경우 투자 리스크를 극도로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엔화 가치는 3개월새 최저 수준이다. 분산 투자 차원에서 비트코인 편입을 고려할 시점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에서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ETF가 도입되면서 블랙록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자본이 코인 시장으로 대거 들어왔다.
김중원 상무는 “비트코인은 미국 기술주 강세와 흐름을 같이 하고, 금리 인하기 수혜가 예상돼 포트폴리오에 없다면 신규 편입하기 좋은 시점”이라고 전했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비유되지만 실물 금에 대한 인기는 여전하다. 미국과 중국 정부가 경쟁적으로 금을 담고 있어서다. 홍 대표는 “미국과 중국 갈등과 함께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시기에 금만한 투자처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