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정 기자 = 미국 대선 이후 펼쳐진 급락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005930]를 대량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발 반도체 규제 확산 우려에 ‘4만전자’로 내려앉는 상황 속에서도 주가가 곧 반등할 것이라는 ‘바닥론’이 힘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대선이 치러진 지난 5일부터 15일까지 8거래일간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삼성전자로 2조3천34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두 번째로 많이 산 종목인 삼성SDI(4천427억원)의 5배에 달하는 규모다.
2021년 9만원대를 찍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후 6∼7만원대에서 횡보하다 미국 대선 이후에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주가 하락의 주원인으로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밸류체인 소외, D램 경쟁력 저하 등이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주가가 충분히 하락했다며 반등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연일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더니 급기야 지난 14일에는 5만원선을 하회하며 4만9천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투자자는 4년5개월 만에 5만원선을 내준 14일에도 3천65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의 삼성전자 평균매수가(순매수 거래대금을 순매수 거래량으로 나눈 금액)는 5만3천796원이다. 대략 5만4천원 수준에서 주식을 매수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 가격은 14일 종가 4만9천900원 기준 수익률이 -7.2%였지만, 15일 주가가 7% 넘게 급반등해 5만3천500원에 거래를 마친 덕에 ‘본전치기’에는 성공한 모습이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앞으로 1년간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기로 하면서 수익률 개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전자는 이 중 3조원을 3개월 이내에 매입해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식 1주의 가치를 높이고, 경영진의 주가 방어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가 상승을 불러오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한편 외국인 투자자는 같은 기간(5~15일) 삼성전자 주식을 2조4천85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코스피에서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1조9천196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는 순매수한 셈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이 기간 NAVER[035420](3천993억원), 삼성중공업[010140](2천54억원), SK하이닉스[000660](1천622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1천347억원), 한화시스템[272210](1천221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기관 투자자의 경우 같은 기간 NAVER(1천310억원), 현대차[005380](1천229억원), 삼성전자(1천67억원), 신한지주[055550](858억원), 한화시스템(795억원) 순으로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을 보면 개인은 -13.79%, 외국인 11.50%, 기관 11.12%로 외국인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