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 매도 추세는 개별적인 이슈, 즉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산업의 비체계적인 위험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한국 증시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에 따라 예측 불가능한 정책과 발언들로 인한 한국 증시의 변동성은 당분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순매도 흐름을 이어온 가운데 향후 이들의 투자 향방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는 지난 6일 머니S와 가진 좌담회에서 외국인 투자자 매도세는 한국 증시에 대한 외면이라기보다는 특정 종목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된 매물 출회로 분석했다. 그는 “한국증시에서도 SK하이닉스처럼 잘하고 있는 기업들은 사들이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떠난다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에 대한 실망이 조금 컸다고 평가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10월 한 달간 한국증시에서 4조3880억원을 순매도했다. 시장별로 코스피에서 4조2160억원, 코스닥에서는 172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로 순매도 규모는 총 4조1629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매도세는 3분기 실적 부진에 따른 여파가 이어진 탓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9조원, 9조1000억원으로 각각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를 밑돌았다. 아울러 AI(인공지능) 시장 확대로 급부상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주가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이사는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투자 비중이 줄어든 것은 삼성전자를 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던 롱 펀드 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면서 “최근 삼성전자는 변화를 모색하고 있고 만약 올해 연말부터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준다면 최소한 추가 매도는 진정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이슈와는 별개로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시장 유입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밸류업 정책의 성공적인 안착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올해 도입된 한국 밸류업도 일본처럼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한국증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학균 리서치센터장은 “일본의 밸류업 정책은 약 10년간 지속해서 추진돼왔고, 이는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 친화적인 제도 도입을 의미한다”며 “한국 역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밸류업을 통해 기업 가치와 주주 친화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시장에서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시각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한국이 얼마나 주주 친화적인 제도를 마련하느냐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장이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