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엑소더스에 속수무책 코스피 “바닥이 안보이네

한상균 기자 = 12일 코스피는 49.09p(1.94%) 내린 2,482.57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18.32p(2.51%) 내린 710.52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2년 만에 종가 기준 1,400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2024.11.12 

조민정 송은경 곽윤아 기자 = 미국 대선 이후 정책 불확실성에서 약세를 거듭해온 코스피가 13일 2,410선까지 내려앉았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세 우려, 반도체법 및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또는 축소 가능성에 한국 경제가 안개 속에 갇히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5.49포인트(2.64%) 내린 2,417.08에 장을 마쳤다. 이는 지난 8월 5일 ‘블랙먼데이’ 당시 종가 2,441.55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전날 1.94% 하락에 이어 이틀 연속 2% 내외의 낙폭을 기록하면서 코스피는 이제 2,400선 사수를 신경 써야 하는 형편이 됐다.

‘트럼프 랠리’를 이어가던 미국 증시가 전날 소폭 조정 받으면서 글로벌 증시 대부분이 약세를 보였지만 코스피의 낙폭은 특히 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는 7천134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매도 규모는 지난달 31일(8천583억원)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반면 개인은 6천518억원을 순매수했으며 기관은 180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된 6일 1천27억원어치를 팔았고 다음 날인 7일에는 방향을 전환, 1천76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이후 8일 131억원, 11일 4천821억원, 12일 3천97억원의 순매도하는 등 나흘째 매도세를 지속했다.

외국인 순매도 종목 상위에는 삼성전자(7천348억원), SK하이닉스[000660](493억원), 현대차[005380](325억원), 한화오션(281억원) 등 코스피 주도주들이 차례로 자리해 지수를 끌어내렸다.

미국 대선 이후 달러 강세와 채권 금리 상승이 외국인의 매도 압력을 키우는 모습이다.

문제는 대선 이후 악재가 특별히 추가되지는 않았는데도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실적 실망감, 달러-원 환율 급등 등 전날과 동일한 재료”라며 “장 초반부터 유의미한 반등세가 나오지 않다 보니 실망 매물을 넘어 투매하게 만드는 분위기였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의 매물을 받아줄 국내 수급 주체가 부재하다는 점을 급락의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지난 9월 30일 코스피는 외국인 9천515억원, 기관 3천346억원 총 1조2천800억원이 넘는 순매도에 2.13% 급락했다.

그러나 이날은 외국인 7천억원대 순매도, 기관은 100억원대 순매수를 했는데도 에도 2.64%로 오히려 더 큰 낙폭을 기록하며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모습이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투자 심리마저 바닥을 확인하고 있다”며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시장으로, 오늘 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에 부합한다면 시장 안정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코스피의 확정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5배로, 0.87배였던 지난 8월 5일 ‘블랙먼데이 당시 수준보다도 낮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0.8배는 글로벌 금융위기, 2018년 미중 무역 분쟁, 코로나 팬데믹 등 때 경험했던 수치로, 외국인은 현재 한국을 그 정도 상황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현 상황에서 미국 증시가 출렁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현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지수를 끌어올리려면 일단 경기가 개선돼야 하고 미국발 관세 불안이 잠잠해져야 한다”며 “하루 이틀 잠깐 순매수가 나타날 수 있겠으나 추세적으로 순매수로 돌아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