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증권사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간 괴리율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10만전자’를 목표로 하던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하자 부랴부랴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목표주가 괴리율이 100%를 넘어서는 종목들이 속출하고 있다. 괴리율이 100%가 넘는다는 건, 실제 주가가 증권사 목표주가 기준으로 100%만큼 상승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보통 목표주가 괴리율이 크게 벌어져도 100%를 잘 넘어가진 않는다. 그만큼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와 시장의 주가 전망 사이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실상 목표주가보다 반 토막 난 가격에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관련주인 에스티아이의 괴리율이 143%로 가장 높았다. 그 뒤로 데브시스터즈(133%), 하나머티리얼즈(125%), 하나마이크론(122%), 금호타이어(116%), 한미반도체(115%), 주성엔지니어링(110%), 티엘비(109%) 등 순이다.
주로 반도체 업종 종목들의 목표주가 괴리율이 벌어졌다. 국내 증시 및 반도체 업종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주가가 이달 들어서만 12% 하락하는 등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특히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으로 AI 가속기에 필수적으로 투입되는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들의 주가 하락폭이 컸다.
지난 AI 랠리에서 상승세가 컸던 만큼, 조정도 강하게 발생하는 모습이다. 에스티아이 주가는 지난 3월 기록한 고점에서 53% 하락했다. 한미반도체 주가도 6월 고점에서 51% 떨어지면서 목표주가와 괴리가 벌어졌다.
국내 반도체 종목 ‘투톱’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 괴리율도 확대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1일 기준 증권사 20여곳이 제시한 삼성전자의 평균 목표주가는 10만7500원이다.
11일 종가(6만4900원) 기준으로 괴리율은 66%에 달한다. 증권사 20여곳 중 삼성전자의 최고 목표주가는 12만원인데, 이를 기준으로 하면 괴리율은 85%에 근접한다.
SK하이닉스의 증권사 평균 목표주가는 26만7478원이다. 이날 종가(15만7200원) 기준 괴리율은 70%로 HBM 최대 수혜주인 SK하이닉스도 반도체 투심 위축 여파를 피하지 못한 셈이다. SK하이닉스의 최고 목표주가는 34만원이다.
최근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자, 부랴부랴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 6일 이후 총 6곳의 증권사가 일제히 목표가를 낮췄다.
KB증권은 종전 13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목표주가를 27% 하향했다. 메리츠증권은 10만8000원에서 9만5000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은 12만원에서 9만6000원으로 내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목표주가를 믿지 않는 리테일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목표주가가 시장을 선행한다기보다 후행지표란 느낌을 많이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개인투자자도 “주가 따라서 목표주가를 조정할 거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볼멘소리를 내곤 한다.
보통 목표주가 하향의 근거는 이익 전망치 감소다. ‘AI 고점론’은 시기상조라는 컨센서스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문가들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를 종전보다 낮추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10조3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시장 추정치(13조3000억원)를 23% 밑도는 수치다.
DB금융투자도 최근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종전 24조2000억원에서 22조7000억원으로 낮춰잡았다.
한편 최근 주가 상승 동력이 발생한 삼성바이오로직스(8.8%), 한화손해보험(10.4%), KT&G(10.7%)는 목표주가 괴리율이 크게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